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피상적이고 감각적인 것들이 호소력을 발휘한지는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정서적인 갈망은 넘쳐나지만, 영혼의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진실은 어디서든 느낄 수 없습니다. 진실을 갈망하는 젊은 사람들은 성경보다는 새로운 소설이나 영화가 보여 주는 세상의 죄와 비참함에 공감하면서 위로를 찾습니다. 개혁자들이 깨달았던 복음의 위로는, 강단이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참된 하나님의 말씀이 희소해지면서 사람들은 다시 16세기로 돌아간 듯이 강단의 말씀이 아닌 다른 종교적 활동으로 감동받고 눈물 흘리려 하거나, 아니면 종교적인 난민이 되어 하늘의 양식을 찾아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방황하며 옮겨 다닙니다. 위로해 주려는 사람이 넘쳐나는 시대에 참된 위로는 없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세상과 자신의 죄와 비참함을 느끼는 이들은, 마치 바다 끝까지 무작정 여행한 후에 그다음에는 어디로 갈지 모르고 서 있는, 영화라면 이쯤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 버리면 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매서운 바람으로 얼굴에 느끼는 그러한 사람과 같습니다.

16세기 유럽의 어느 한 지역에, 죄와 비참함 속에서 참되고 유일한 위로를 찾아 난민이 되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복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그 땅에 주신 제후도 그들 못지않게 오래전부터 참된 위로를 찾았으며, 그 위로 안에서 고난을 통과하며 주님의 말씀에 신실하였던 보기 드문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하이델베르크에 온 세 사람과 귀도 드 브레』 참조). 그와 함께 하이델베르크에서 요리문답을 작성하고 또 그것을 가지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주일 오후에 설교하였던 사람들은, 참된 위로 속에서 인간의 죄와 비참함을 직시하고 나아갔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복음의 은혜가 얼마나 큰지를 배울 때, 그들은 자신의 죄와 비참함이 얼마나 근원적이고 삶 전체를 뒤덮고 있는지를 배우면서 함께 배워나갔습니다. 그러므로 그 유일한 위로를 찾은 이들에게 율법과 복음은 분리해서 이해할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요리문답을 통하여 그들은 성경이 율법과 복음을 함께 우리에게 얼마나 조화롭게 제시하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요리문답을 통해 성경의 진리를 잘 배운 아이들은, 여러 학자들이 고민하던 소위 칭의(稱義)와 성화(聖化)의 단계적인 분리나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자유 의지 사이의 긴장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 안에서 자신과 세상의 죄를 직시하고 말씀과 성신으로 교훈과 책망을 받으며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용서받은 죄인으로서, 고난 중에도 찬송과 기도로 감사를 드리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설교집입니다. 국내에선 아직 낯설지만 요리문답 설교라는 방식의 정당성과 그 역사성에 대해서는 ‘개혁 신앙 강좌’ 제6권인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역사와 신학』을, 그중에서도 특히 1장을 읽어 보시면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대전 성은교회에서는 이 역사적인 신앙고백이자 요리문답인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52주일 분량을 주일 저녁 예배 시간에 총 다섯 차례 강설하였습니다. 요리문답이 다루는 사도신경과 십계명과 주기도문과 성례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성경의 진리를 반복하여 배웠습니다. 여기에는 교리 설교와 주해 설교의 구분, 혹은 사람이 작성한 요리문답을 가르치는 것과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강설하는 것 사이의 구분이 없습니다. 신앙고백서에 나오는 주제들에 대한 성경적 교훈을 배울 뿐입니다. 횟수가 반복될수록 같은 진리의 여러 깊은 면들을 새롭게 배웠으므로, 예배 중에 강단을 통해 진리의 풍성함을 흠뻑 경험하였습니다.

앞서 묘사한 것처럼, 이 설교들을 통해 복음의 위로가 주는 그 깊이와 넓이 안에서 우리의 죄와 비참함의 깊이와 넓이를 함께 정직하게 직시하고 치우침 없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삼위일체의 교리도 이성적인 논리의 체계로서가 아니라, 삼위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와 연합하여서 함께 교제를 나누시기 원하여 성경 역사 속에서 자신을 점차 드러내신 사실 안에서 발견하고 가장 근원적인 위로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요리문답을 통해서 배운 성경의 하나님은 멀리 계신 분이거나 개인적으로 만들어 낸 주관적 확신 속에 거하는 분이 아니라, ‘세상의 처음부터 마지막 날까지 모든 인류 가운데서 영생을 위하여 선택하신 교회를 말씀과 성신으로 불러 모으시고 보호하시고 보존하시며, 그 안에서 또한 내 삶의 참된 의미와 목적도 가르쳐 주시는’ 분이십니다(『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21주일 54문답 및 ‘공적 신앙고백서’ 참조).

다섯 번 반복되었던 요리문답 설교들 중에서, 주로 초기의 설교를 중심으로 총 52주일의 설교 중에 첫 16주일 분량이 먼저 제1권으로 나옵니다. 따라서 제1권에는 요리문답의 순서를 따라 서론(제1주일)과 ‘우리의 죄와 비참함’(제2-4주일)에 대한 내용과 ‘우리의 구속’(제5-31주일)에 관한 내용의 일부분이 들어 있습니다. 마지막 설교는 사도신경의 “음부에 내려가셨으며”에 대한 것입니다. 네 권으로 완간될 이 설교집을 통하여, 요리문답의 눈으로 성경의 진리를 바르게 붙잡음으로써, 우리를 참된 경건으로 인도하는 유일한 위로를 발견하는 독자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