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들을 보내어 주소서 기도하라"(마9:38) 정병길 (안양: 강변교회 목사, 독립개신교회 신학교 상임 이사)
독립개신교회 신학교를 설립한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우리 교회가 신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을 선발하여 신학 수업을 시작한 것은 그럴 만한 외적 조건들을 다 갖추었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이 일에 대하여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강렬한 시대적 소명(召命)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하나님의 뜻을 찾고 순종하며 나아갈 때에 하나님께서 항상 선대(善待)하시고 이끌어 주시는 것을 믿고 경험해 왔으므로 오직 주를 의지하여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 과연 하나님께서 교수들을 세워 주시고 학생들을 보내 주셔서 올 한 해 동안 복음의 일꾼이요 교회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을 무사히 수행할 수 있었는데, 다음 해에도 주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시면 이 일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신학교의 설립 이유와 새로운 신학생을 기다리는 우리의 태도에 대하여 숙고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예수께서 교회에서 장차 교회의 터가 될 사도들을 택하신 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상태를 측은히 여기신 때문이었다. “무리를 보시고 민망히 여기시니 이는 저희가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유리함이라”(마9:36). 일찍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시고 그들을 자기의 백성으로 삼으시며 친히 그들의 목자가 되사 그들을 먹이시고 인도하시고 보호하셔서 하나님의 영광을 온 천지에 드러내는 거룩한 백성이 되도록 하셨다. 그러나 예수께서 오셔서 보신 이스라엘의 상태는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유리하는 형국이었다. 그것은 단지 이스라엘이 로마의 치하에서 정치적 질고와 경제적 빈곤이라는 국가적 참상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고 그들의 신앙과 경건의 상태를 가리켜 그렇게 표현하신 것이었다.
이렇게 된 것은 이스라엘의 지도자의 자리에 앉은 제사장들과 장로들이 하나님께서 세우신 뜻대로 중보적(中保的) 사역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백성들이 마치 목자 없는 양, 주인 없는 백성처럼 유리방황하게 되었던 것이다. 부활에 대한 믿음이 없는 제사장들은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도록 예배를 인도하지 못하였고, 그리하여 만민이 기도하는 집으로 세우신 성전은 오히려 강도의 굴혈이 되었다. 하나님의 자비를 알지 못하는 장로들은 율법을 자기들의 의를 자랑하는 도구로 전락시켰고, 백성들도 그들을 본받아 율법을 형식주의적으로만 지킬 뿐 그것이 하나님의 법인 줄 깨닫지 못하였다. 따라서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라 자임하면서도 실제로는 참된 예배와 율법을 떠나 인간적인 종교 의식(儀式)만 취하는 가증한 백성이 되고 말았다.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이스라엘의 하나님으로 계셨으나, 지도자들의 타락과 무지로 말미암아 백성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고 유리하는 처지에 빠진 것이다. 이것을 오직 지도자들의 탓으로만 돌리고 당시 백성들의 불신과 무지를 완전히 도외시할 수는 없겠지만, 주께서 보시기에 지도자들의 책임이 훨씬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예수께서는 이러한 이스라엘의 상태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이름이 높임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수치와 멸시를 당하는 현실을 크게 한탄하시고, 또한 이렇게 비참하고 가련한 처지에 빠진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사 그들을 건져 내시기를 원하셨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구주로서 그 백성들을 구원하시고, 또한 참된 목자이신 하나님의 뜻대로 백성들을 바르게 인도할 지도자를 세우려 하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예수께서는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을 보내어 주소서 기도하라” 하셨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는 두 가지의 중요한 의미가 들어 있다. 첫째, 예수님의 오심으로 말미암아 추수의 때, 곧 종말의 때가 이르렀는데 예수께서는 이 종말의 때, 곧 하나님의 나라를 임하게 하심으로 참된 목자이신 하나님께서 그 백성과 항상 함께하시도록 하신다는 것이다. 둘째, 예수께서는 다만 이스라엘의 무지하고 믿음 없는 지도자만을 교체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스라엘을 완전히 새롭게 하사 새 이스라엘, 곧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시고 직접 지도자로서 중보적 사역을 완수하시며 그 터 위에서 새로운 백성의 지도자를 세우려 하신다는 것이다. 이 일은 오직 하나님께서 하시고, 그 일을 예수님 자신으로 말미암아 이루려 하시기 때문에 “구하라”고 하신 것이다.
예수께서 임하게 하신 하나님의 나라에서 일하는 지도자들은 그리스도와 동일시되는 자들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요 나를 영접하는 자는 나 보내신 이를 영접하는 것이니라”(마 10:40)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 사도들을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일꾼, 곧 추수꾼으로 세우실 뜻을 밝히신 것이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동일시되는 추수꾼이요 목자이다. 이들이 전하는 말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요 동시에 하늘에 계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들을 인하여 그 백성은 하나님께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리고, 또한 하나님께서 율법을 내신 그 본의대로 다 지켜 행하는 거룩한 백성이 되어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게 될 것이다. 이들의 활동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께서 항상 백성들의 목자로 계시며 그들을 진리의 말씀으로 인도하시고 양육하시며 보호하실 것이다. 이제 하나님의 백성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유리방황하는 일은 영원히 종식될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를 위하여 사도와 선지자와 복음 전하는 자를 세우셨고, 뒤를 이어서 목사와 교사를 세우셨다. 사도적 교회는 하나님께서 목자로서 함께하시는 교회이다. 주께서는 이 일을 이루셨고 지금도 이루어 나가신다.
그런데 예수께서 지금 이 세상에 오셔서, 혹은 한국 땅에 오셔서 교회를 보시면, 그때에 이스라엘을 향하여 한탄하신 말씀과는 달리 아주 기쁘고 소망스러운 말씀을 하시겠는가? 이제는 그 백성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유리방황하는 일이 다 사라졌는가? 교회마다 예수께서 세우신 직분자들이 그 주인의 뜻대로 충성스럽게 봉사함으로 항상 하나님의 영광을 뵙는 예배가 드려지고 또한 하나님의 계명을 다 지켜 행하여서, 보는 사람마다 ‘너희 가운데에 과연 하나님이 계시다’ 하고 하나님을 칭송하고 높이는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이 예수님을 말씀을 기억하여 구하는 것뿐이다. 지난 일 년 동안 우리는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을 보내어 주소서 하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기억하여 신학교를 위해 기도해 왔고, 이제 신학교 개교 2년차를 맞이하면서도 우리는 그와 같은 태도로 새로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