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C(독립개신교회)는 오는 6월20일부터 28일까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모이는 제5차 ICRC(International Conference of Reformed Churches, 개혁 교회들의 국제동우회)에 참관단을(목사 2인으로 구성) 보내기로 결정했고, ICRC는 이를 환영하고 흔쾌히 받아들여 초청장을 보내왔다. ICRC는 말 그대로 현존하는 개혁 교회들의 범세계적인 동우회로서 그리스도를 믿는 참된 신앙에서 교회의 일치(ecumenicity)를 나타내고 성도의 사귐을 더욱 긴밀히 하려는 모임이며, IRC가 이런 국제 모임에 사람을 파송하는 것은 IRC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범세계적 교회 일치라는 말은 IRC설립의 역사에서 IRC에게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1959년과 1960년에 걸쳐서 대한예수교 장로회에서 WCC(World Council of Churches 세계교회협의회)가 주창한 에큐메니컬 문제가 교회 내의 문제로 대두되자, 그 문제에 대한 교회론적인 정론이 없이, 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지지쪽과 반대쪽으로 나뉘어 심한 반목과 대립이 일어났는데, 그 와중에 주님을 바로 섬기기를 원하는 신자들이 결국 교회를 새로 형성하고 새로 출발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 결과 IRC가 출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IRC는 앞서 언급한 현상이 교회가 자라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생긴 속임이라고 파악했고 이런 속임에 빠지지 않고 주께서 원하시는 교회로서 서서 나아가려면, 외부의 상황이 어떠하든지 신자 개개인이 복음의 전모를 확고히 쥐고 성신을 의지하여 신령한 생활을 하도록 해야 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정상적으로 장성해야 하겠다는 것, 그리고 신앙생활이 교회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것이 주님의 뜻이고 복음이 가르쳐주는 바이므로 교회가 무엇인지 알고 이 시대에서 주님이 받으실 만한 순일한 교회의 성격을 나타내야 할 것 들을 깊이 생각하고 역사적 개혁 교회로서 나아가야 할 것을 목표로 출범하여 지금까지 나아오고 있다.

IRC로서는 특별히 이런 점을 생각할 때, ICRC가 개혁 교회들의 동우회이지만 이 범세계적인 교회일치를 추구하는 조직과 사귐을 갖는 것이 과연 성신께서 허락하는 것인지를 면밀히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IRC는 주님의 말씀이 가르쳐주는 교회론적 원칙에 입각하여 ICRC가 무엇인가? 주의 말씀은 국제적인 범교회적 일치에 대하여 무엇을 가르쳐주고 있는가? 우리 IRC는 지금까지 이 점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하여 왔고, 지금 이 국제 조직과 사귐을 갖는 것이 IRC로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며 그것이 IRC가 주의 뜻을 행하는데 어떤 유익이 있는가 하는 점들을 숙고해야 할 것이다.

1. ICRC의 성격과 목표

ICRC는 1977년 호주 자유개혁교회(Free Reformed Churches of Australia)가 자신의 자매 교회들에게 국제총회(ecumenical synod)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에 대하여 화란 개혁교회(Reformed Churches of Netherlands(liberated))가 주도적으로 그 논의를 검토 발전시킨 결과 1982년 10월 26-11월 4일까지 화란 호르닝건에서 9개 교회 15명의 총대들이 예비 모임을 열어 헌장과 규례를 채택함으로 결성되었고, 1985년 에딘버러(스코틀랜드)에서 제1차 동우회로 모였다. 이 대회 결성의 과정 가운데서 논의된 주요 사항과 그 헌장의 특징들은 이런 것이다.

a. 호주개혁교회의 국제총회를 결성하자는 제안은 동우회(Conference)수준으로 조정되었다. 이것은 국제총회로 모이는 경우 그 기능이 무엇인가 하는 데 대한 질문과 원론적인 교회론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 결론이다. 즉 총회가 결성되면 각 회원 교회에서 올라온 문제들을 다루어야 하는데 그것은 한 교회의 문제가 모든 회원 교회에 전가되는 것으로서 그렇게 되면 각 회원 교회가 담당해야 할 짐이 너무 커진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교회는 지교회가 성신과 말씀을 의지하여 충실하게 서서 나아감으로 하나님의 교회의 보편성을 드러내는 것이고 또 모든 교회는 오직 그리스도의 권세 아래에만 있을 뿐인데, 총회를 조직하여 회원 교회를 매는 일이 생긴다면, 다른 어떤 교회나 권위도 교회 위에서 행사될 수 없다는 개혁 정신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회가 아니라 동우회 정도로 모임의 수준을 조정하였다.

b. 하나 되는 세 고백서[화란(벨직)신앙고백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도르트신조]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대요리문답, 소요리문답]에 대한 상호이해의 발전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대륙에 있는 개혁 교회(화란 개혁교회 등)는 하나 되는 세 고백서를, 영미의 장로교회들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자신들의 신앙고백서로 받고 그 고백서가 고백하는 신구약 성경의 지도를 따라 교회로 서 왔다.

이같이 각 교회들은 다소 다른 신앙고백의 토대 위에서 각기 상이한 역사와 환경과 전통 속에서 교회를 형성해왔으므로 한 모임으로 모여 교제를 하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가 필요했고 그 이해의 출발은 상대편의 신앙고백이었다. 그런데 대륙의 개혁 교회들과 영미의 장로교회들 간에 이루어진 지속적인 접촉으로 상호 신앙고백을 개혁 신앙의 신앙고백으로 인정하는 발전이 있었고, 또 이 예비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상대의 신앙고백을 교리적으로 탐구한 결과 두 고백서가 일치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리하여 예비 모임에서 헌장을 제정할 수 있었고, 그 헌장에 동우회의 기초, 목적, 회원, 권위 등을 담았다.

c. ICRC 헌장의 중요점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2조는 이 동우회의 기초를 담고 있다. ICRC는 이 동우회의 기초가 하나 되는 세 고백서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에서 고백한 대로의 신약과 구약의 성경이다, 라고 표명한다. 이것은 양자가 모두 다 개혁 교회의 신앙을 나타내는 신앙고백서이므로 둘 중 하나만 채택하면 된다는 것이고, 따라서 회원 교회가 되려면 둘 모두를 자기들의 신앙고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IRC는 그 출발부터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교회 신앙고백의 정본으로 받고 있으며, 그 외에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도르트 회의 결정들도 또한 신앙고백으로 받아서 양쪽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서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므로 ICRC의 기초와 상충되지 않고 오히려 ICRC의 이런 진지한 노력을 환영한다.

제3조는 동우회의 목적을 정하고 있다.

회원 교회들 간의 그리스도 안에 표명된 신앙의 통일성을 나타내고 증진하는 것, 교회적 사귐을 충만히 나타내는 것, 선교 등의 공통사업에 협력을 도모하는 것, 회원 교회들이 당면한 공통의 문제들을 연구하여 공동으로 대처해 가는 것, 그리하여 세상에 대하여 개혁의 증언을 하는 것을 모임의 목표로 삼고 있다. 즉 신앙 일치의 증진과 주께서 정한 본연의 교회의 사명을 서로 협조하여 이루자는 것이고, 교회의 임무에서 벗어난 것 즉 정치 사회 운동 등에 관심을 두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IRC는 이 점도 동의한다.

제4조는 회원에 대한 자격을 명시한다.

기초에서 언급한 신앙고백 문서가 나타내는 개혁 신앙을 신실하게 따르는 교회, 그 교회의 신앙고백의 표준이 ICRC 기초의 개혁 신앙과 일치하는 교회가 회원의 자격이 있다고 정하고 있고, 다음은 가입의 절차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세계교회 협의회(WCC)에 가담한 교회, 혹은 그 목적과 행위가 ICRC 기초와 충돌되는 조직에 가담한 교회는 회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초가 언급하는 신앙고백을 자기 교회의 신앙고백으로 채택하였을 뿐 아니라 그 신앙고백을 부지런히 가르치고 믿고 실천해 나감으로 실질을 드러내는 교회가 회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점을 ICRC는 매우 유의하고 있다. 따라서 교회의 강단 교류는 어떤 선에서 정해야 하고 또 성찬의 허락은 어떤 표준에서 시행하여야 하는가 하는 점이 ICRC 회원 교회 간에 대두되는 실질적 문제이다. 강단은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의 강단으로 그리스도께서 친히 교회와 함께 하시며, 천국 열쇠를 맡기신 사역자의 입을 통하여 이 강단에서 당신의 말씀을 전파하여 그 백성을 부르며 회개케 하시고, 말씀으로 양육하여서 하나님 나라의 실질을 나타내는 거룩한 교회로 서 나가도록 하신다. 강단에서 그리스도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나가서는 안 되며 이것이 배도의 첫걸음이다. 예를 들어 언약신학을 소홀히 여기고 유아세례에 대한 의식이 없는 목사가 강단에 선다면 아무리 잘 가르쳐도 결국 하나님의 모든 뜻, 곧 역사를 통하여 흐르는 신앙을 전하지 못하는 것이 될 것이다.

또 성찬은 복음 진리를 나타내는 은혜의 방도요 그리스도 안에서 사귐과 장성과 새 언약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함을 나타내는 신성한 제도이다. 주님께서 친히 제정하시고 함께 하시며 성신님으로 이 성찬의 요소들을 통하여 은혜를 내리시므로 성찬에는 아무나 다 참석할 수 없다. 오직 그리스도의 몸을 분별하고 자기를 분변하는 사람만이 나올 수 있도록 하셨다. 즉 가톨릭이 말하는 것처럼 성찬에 참여했다고 자동적으로 은혜가 내리는 것이 아니다. 성찬은 적절히 집행하고 합당하게 받아야 하고 교회는 적절한 권징의 시행 안에서 성찬을 실시해야한다(WTC 21.5:30.3). 잘못된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을 주의 성찬에 들이는 것은 그리스도의 명예를 현저히 실추시키는 일이요 교회의 울타리를 허는 일이요 더 나아가 진리를 상대화하는 일이다.

이런 점을 IRC도 유의하였고 따라서 ICRC의 이런 태도를 존중한다. 지교회에서 하나님의 교회의 실질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명목상 교회의 사귐과 통일을 말하는 것은 스스로 속이는 것이다. ICRC는 따라서 WCC 등 거짓된 일치운동을 경계하고 그것이 적그리스도적인 것이라는 공동의 이해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엄히 경계하고 있다.

제5조는 ICRC의 권위에 대한 것이다.

모임의 결정들은 성격상 권고적이다(The Conclusions of the Conference shall be advisory in character.) 회원 교회들은 동우회의 결정을 잘 알아야 하고 그 실행을 위하여 노력하도록 권고를 받는다고 정하고 있다. ‘권고적’이라는 말은 강제하거나 매이도록 하지 않는다는 말이나, 또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ICRC의 교회관을 반영하는 권위에 대한 표현이다. 즉 참된 교회 연합은 신앙고백과 하나님의 말씀에만 매여야 하며, 만일 다수회(多數會)가 상회(上會)처럼 어떤 사안을 결정하여 각 교회에 내려 보낸다면, 지교회 위에 그리스도 외의 다른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고, 이것이 로마 가톨릭이 교회를 ‘가르치는 교회(ecclesia docens)’와 ‘듣는 교회(ecclesia audiens)’로 나누는 그 오류를 따르는 일이요 따라서 개혁 신앙을 역행하는 일이다. 그러나 교회간의 사귐과 신앙의 통일성을 위하여 모였기 때문에 그 목적의 증진을 위해서는 동우회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2. ICRC의 설립 환경

ICRC의 설립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이들의 다른 국제조직에 대한 이해를 살펴보는 것이 ICRC를 파악하는 또 다른 면이 될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여러 형태의 범세계적인 교회일치 운동이 있었고 그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세계교회협의회(WCC)이다. 이 점에 대해서 ICRC는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a. WCC

WCC는 1948년 8월 23일 전 세계에서 153개의 교회들이 화란 암스테르담에서 모여 공식적인 결성을 하였다. WCC는 ‘예수를 하나님이요 구주로 인정하는 교회들로 구성한다’고 표방한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한 해석은 각자 자유에 맡긴다”고 하며 로마 교회, 개신교회, 복음주의 교회, 알미니언 성격의 교회 등을 망라하고 있다. WCC는 교회의 통일성과 보편성의 근간인 그리스도의 진리에는 관심이 없고, 연합만이 선이고 분열은 악이라는 주장이다. 이것은 비성경적이고 비개혁 신앙적이며 거짓 일치성(false ecumenicity)에 대한 추구이다. 이 기구는 성경비판과 극단적 자유주의, 극단적 정치성의 성격이 지배적이 되었다. 그리스도의 권세를 무시하는 교회 연합은 가담 그 자체만으로도 그리스도의 권세를 훼손하는 것이고 구원의 능력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다.

개혁 신앙을 가진 많은 교회들이 이 기구의 거짓됨을 지적하였지만, 특히 대륙(화란)의 신학자 클라스 스킬더(K.Schilder)는 계시록 17:3 “곧 성신으로 나를 데리고 광야로 가니라 내가 보니 여자가 붉은 빛 짐승을 탔는데 그 짐승의 몸에 참람된 이름이 가득하고 일곱 머리와 열 뿔이 있으니” 하는 말에 의거하여 이것이 적그리스도적 정치세력이라고 지적하였다. 거짓 교회가 음녀로서 붉은 짐승을 탔고, 그 붉은 짐승은 하나님과 그의 교회를 대적하는 세상의 정치권력을 의미한다. 이런 가르침을 따라서 여기 모인 대륙의 회원 교회들은 WCC와 그 활동의 방향을 주시하고 그 단체의 본질과 성격을 경계하였다. 하나님의 말씀은 진리 안에서 바른 일치를 가르치며 동시에 그 진리를 따라서 반명제 (antithesis)를 가르친다는 사실을 이 개혁 교회들은 주시해왔다.

IRC도 적그리스도와 사이비의 속임이 무엇인지를 누누이 배워 왔다. 적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의 이름을 참칭하여 권세를 추구하여 세상을 통일한다. 또 이 시대에는 개혁 신앙을 담고 있는 신앙고백을 채택한다고 해놓았지만 하나님의 말씀, 성경에 대한 태도, 예배나 신앙 생활 등 그 실질은 신앙고백을 따르지 않으므로, 유사하지만 아닌 사이비의 교회도 있다. 참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와 구주로 믿고,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정조를 지켜 단심으로 그리스도만 사랑하고 그 심정을 세상의 아무것에도 허투루 흘리지 않으며 그 말씀에 열복하고 나가는 것이다. 복음을 전파하지도 않고 복음이 인도하는 대로 순종하지도 않으며 사회개량운동, 민권운동, 인종철폐운동으로 나간다면 이것이 사이비 교회의 모습이라는 것을 배우면서 말씀의 표준으로 분명히 나왔기 때문에 WCC에 대한 ICRC의 판단을 우리도 환영한다.

b. ICCC(International Council of Christian Churches 국제 기독교회 협의회)

ICCC는 WCC에 대한 반동으로 칼 맥킨타이어 박사가 주동하여 1949년 설립하였다. ICCC는 1.한 분 주권적 하나님, 성부 성자 성신의 거룩하심과 사랑 2. 그리스도의 완전한 신성과 죄 없으신 완전한 인성 3.인간의 부패 4.잃어버린 자에 대한 정죄와 구속받은 자에 대한 구원 등을 그 기반으로 천명하였다. ICCC는 WCC에 대하여 공개적 대결과 정치적 사회적 활동의 저지를 통하여 WCC의 대안이 되려하였다. 그러나 침례회 알미니언 근본주의를 용인하고 은혜와 선택의 언약이 신학의 중심이 되지 못하였고 따라서 정치적으로 흘러 반공조직이 되었으며 반공이 알미니언 인본주의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였으므로 거짓 일체성을 추구하였다는 것이 ICRC 회원 교회들의 판단이다.

c. RES(Reformed Ecumenical Synod 세계 개혁 교회 총회)

RES는 1948년 창설되었는데, 이 기구의 기초로 하나 되는 세 고백서와 아울러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들을 채택하였고, 비교적 개혁 신앙의 교회들로 구성되었으므로 외면상 문제는 없는 기구였다. 그러나 그 실질에서 신앙고백의 지도를 따라 나가지 못했고 그 약점이 회원교회들의 타락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서 드러났다. 가령 그 회원 교회에서 WCC에 가담하거나 교회법을 개정하는 과정에 비개혁적 성격을 드러냈는데도 이런 일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RES를 진정한 성경적 보편교회의 연합으로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상에서 ICRC는 개혁 신앙을 담고 있는 신앙고백과 그 실질적 존중으로 그리스도를 주와 구주로 따르는 교회 연합만이 참된 교회의 일치의 증시로 인정하고 있으며 스스로 그런 방향을 지향하고 있음을 헌장 제3조에 천명하고 있다.

3. 세계적 교회연합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과 IRC의 태도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제사장적 기도로 당신의 백성을 하나 되게 하기 위하여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같이 저희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 내게 주신 영광을 내가 저희에게 주었사오니 이는 우리가 하나 된 것같이 저희도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이니이다”(요 17:21, 22). 이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 모든 교회는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뜻이고 그리스도의 영광을 나타내는 일임을 알려 주는 말씀이다. 하나님께서는 만유의 주이시고, 그리스도는 만민의 구주이시다. 하나님께서는 동에서 서에서, 또 아브라함 때부터 세상 끝 날까지 그리스도 안에서 무수한 그의 백성을 불러내심으로 교회는 땅 끝까지 이르러 존재하는 보편성을 가진다. 주는 우리가 그 이름도 알 수 없는 각양의 나라 종족 문화 가운데서 불러 모으시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신다. 즉 교회는 그리스도와 복음의 능력을 따라 세계 각 곳, 역사 각 시대에 걸쳐 존재하는 보편성을 갖지만, 또한 그리스도의 교회이기 때문에 동시에 통일성과 거룩성을 갖는 것이다. 세상 정복자들은 광활한 지역을 정복할지라도 실질적인 의미로 통일을 시킬 수는 없다. 세상에는 많은 신이 있어서 타락한 사람들이 각기 제 신을 섬기고 있고, 신이 없어도 자신을 자기 생의 주인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는 통일이 없고 분열과 분리와 다툼이 있을 뿐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와 연합되었으므로 보편성, 통일성, 거룩성을 그 속성으로 나타낼 수 있고 만일 그것이 없거나 그것을 부인하면 그리스도의 교회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속성의 삼자는 항상 함께 간다. 만일 거룩성이 없으면서 보편성과 통일성을 추구한다면 그것을 실현할 수도 없고 결국 사단의 회로 불리는 인간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또 통일성과 거룩성만을 추구하고 보편성을 말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권세와 그리스도의 중보적 능력을 삭감하는 것이 된다. 교회가 이 보편성, 통일성, 거룩성을 나타내는 것은 그리스도의 영광을 나타내는 것이다(요 17:21). 세상의 모든 족속에서 나온 사람들이 한 입으로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면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는 것이고 이는 거기에 속한 교회에도 큰 힘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바울 사도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존재하던 담을 허시고 한 몸을 이루어 함께 하나님 앞에 나가도록 하셨음을 말하고(엡 2장), 계속해서 이렇게 가르쳐 주고 있다. “평안의 매는 줄로 성신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몸이 하나이요 성신이 하나이니 이와 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입었느니라. 주도 하나이요 믿음도 하나이요 세례도 하나이요 하나님도 하나이시니 곧 만유의 아버지시라. 만유 위에 계시고 만유를 통일하시고 만유 가운데 계시도다.” (엡 4:3-6)

IRC는 이런 진리를 믿고, 다른 교회와 교류가 없더라도 그리스도의 진리를 믿고 나가면 결국 성신께서 한 진리 안에서 하나 되게 해 주실 것을 믿고 나왔다. 주께서는 하나님의 말씀과 성신의 능력으로 하나의 거룩한 교회가 세워지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그 길을 따라가면 교회를 하나 되게 하실 것이고, 만일 행정적 정치적인 외형만으로 통일을 추구한다면 거기에는 다만 다툼과 분열과 소란만 가득하고, 오히려 참된 교회를 시샘하고 핍박하는 반기독적 단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IRC는 역사를 통하여 흐르는 주류의 신앙을 받아서 서는 교회로 나왔기 때문에 주변에서 가까이 교류할 수 있는 교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IRC 자신이 먼저 하나님 말씀과 성신 안에서 자라야 하는 것이 그 목표가 되었기 때문에 그 일에만 주력해 왔다. 그러나 혹시 가까이에서 같은 신앙으로 서서 나가기를 원하는 교회가 있을 때 그 신앙을 존중하고 하나님께서 좋은 길을 열어주시기를 충심으로 바라는 가운데 있었고 이것이 IRC의 교회관의 표시였다. 가령 한사랑교회의 IRC의 가입청원에 IRC 본부가 보여준 태도는 이것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한사랑교회 귀중/ 우리는 한사랑교회의 가입신청에 보여 주신 신앙과 결심을 높이 존경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교세 확대를 바라지 않고 비록 몇 회원 교회밖에 없을지라도 현재 교회 하나하나가 진실로 주의 교회다웁기를 기하여 왔습니다. 그러므로 한사랑교회도 이런 문제에 있어서 주장과 믿음을 동일하게 하기로 한다면 IRC본부로서는 그 가입신청을 환영하겠습니다./...중략.../그러므로 주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성찰할 때 한사랑교회가 독립개신교회에 가입하는 것은 IRC가 한사랑교회에 목사를 파송하고 한사랑교회에서 그 목사를 환영하는 때로 정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게 보입니다....이하 생략/ 1995년 3월 5일 독립개신교회 본부”

여기서 보여 주는 것은 교회가 하나가 되는 것은 신앙고백과 헌장과 예배모범의 일치를 요구하지만, 그 실질적인 내용에서는 역사적인 개혁 신앙을 전할 목사가 강단에 서야 하고, 교인들은 그것을 다 환영하고 목사의 설교를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고 그 말씀에 열복하며 그 결과 신앙이 장성하여, 서로 격의 없이 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목사가 중요하지만 또한 교인 전체가 순전한 신앙의 소유자로서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위치에 서 있어야 실질적으로 한 교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IRC는 이런 표준 아래서 강단 교류와 성찬식의 허락을 시행해 왔고 교회간의 교류를 모색해 왔는데 교회 하나하나가 진실로 주의 교회답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리스도의 교회의 일치와 통일이 드러나서 죄 많고 분열과 다툼이 많은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교회로 나타나기를 바란 것인데, 이것 없이 보편성이라는 미명 아래 모이기만 한다면 오히려 그리스도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르침의 인도를 따라온 IRC는 그 말씀의 빛을 따라 ICRC를 판단하고 성신의 인도를 구하는 것이다.

4. ICRC 참관에 즈음하여

ICRC가 표방하는 성경적 신앙과 목표에 찬동할 만한 교회들을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보존해 주신 사실에 대하여 깊은 감사와 찬송을 드리며, 이 인간의 시대에 그리스도의 교회로서 오직 그리스도께만 충성과 순종을 바쳐 나가는 교회들의 믿음을 존중한다. 이상에서 본 것같이 우리가 서로 지역적 떨어져 있고 다른 전통과 환경과 역사 안에서 서서 나왔지만, 한 믿음 안에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게 되고 이것이 성신의 역사라 믿는다. ICRC가 요구하는 바에 우리 교회가 지엽적인 정치 문제를 설명하는 것 외에는 별로 장애가 될 만한 것이 없다. 우리도 또한 역사적 신앙고백 위에 서 왔고, 또 그 실질을 드러내기 위하여 힘써 왔으므로 교회란 모름지기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정신이 확고한 만큼 그런 입장에서 ICRC 각 회원 교회가 실질을 추구하는지를 더욱더 살펴 나갈 것이다.

우리는 ICRC의 회원 교회들이 역사가 깊고 지금까지 주를 위해 수많은 신령한 전투를 거쳐 온 교회임을 알기에 그 교회들에서 본받아야 할 것과 배워야 할 것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ICRC에 참관하는 것은 배우거나 가르치러 가는 것이 먼저가 아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사실을 근거로 동일한 그리스도의 교회로서 교제의 악수를 하러 간다는 것이 우리가 ICRC에 참관하는, 앞서는 목적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실질적 교제가 이루어지고 상호 이해가 깊어진다면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ICRC가 표방하는 신앙과 목적에 IRC도 찬동하는 바이고 따라서 비록 가까운 내왕이 없어도 같은 목표 아래에서 각 회원 교회들이 각 곳에서 주의 교회로 서서 나가기를 힘쓰는 것처럼 우리도 여기 한국에서 그렇게 서서 나간다면 이것이 그리스도의 제사장적 기도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고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교회 연합은 내왕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진리 위에서 이루어지므로 지금처럼, 혹은 더욱더 깨어서 우리의 부족과 채워야 할 결핍이 또한 많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말씀과 성신 안에서 그리스도를 배워 나가기를 힘써야 할 것이다.